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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지배하는 '탕웨이'의 힘 <만추>
안시현 기자  |  daydream0621@gpj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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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2.27  11:3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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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번호 2537번 중국인 애나(탕웨이)는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수감되어 7년째 세상과 단절돼 있다. 그녀에게 어느날 전해진 어머니의 부고 소식으로 장례식 참석을 위해 주어진 3일간의 휴가는 애나의 멈춰진 시간에 파동을 일으킨다. 그리고 시애틀행 버스에서 훈(현빈)을 만나는 순간, 정지해 있던 애나의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다.

교포 부인들을 상대로 몸을 파는 이 한국인은 애나에게 무얼 바라는 걸까. 왜 그녀 곁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이는 걸까. 사랑은 없다고 믿었던 한 남자와, 사랑은 이제 끝났다고 믿는 한 여자의 하루간의 동행은 안개와 함께 점점 짙어진다.

<만추>는 1966년 이만희 감독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처음은 아니다. 35년의 시간 속에는 또 다른 <만추>들이 세 작품이나 있다. 일본 사이토 코이치 감독의 1972년 <약속>, 김기영 감독의 1975년 <육체의 약속> 김수용 감독의 1981년 <만추>가 모두 이만희 감독에게서 출발한 작품들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원본인 이만희 감독의 <만추>만은 확인 할 수 없다. 필름이 유실되어 현재는 시나리오만으로 남아있는 상태이다.

김태용 감독은 한국을 벗어나 시애틀이라는 낯선 공간으로 무대를 옮긴다. 그리고 안개로 덮힌 시애틀이라는 공간속에서 자신만의 <만추>를 그려낸다. 특히 감독의 전작 <가족의 탄생> <시선 1318> ‘달려라 차은’편에서 시도된 바 있는 판타지의 등장은, 이 영화를 원작에서 가장 자유롭게 하는 부분이자, 감독만의 화법이 가장 빛나는 부분이다.

놀이공원에서 훈과 애나가 먼발치에서 다투는 연인의 대화에 자신들의 말을 입히는 장면에서 이어지는 두 연인의 춤추는 극중극 판타지는 두 사람의 마음을 담아내려는 감독의 의도가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다.

무엇보다 두 남녀가 소통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영어, 한국어 , 중국어 세 가지 언어가 뒤섞인 대사는 그들의 소통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장치가 된다. 중국어로 자신의 과거를 내 뱉는 애나의 고백에 그 뜻도 모르고 자신이 유일하게 아는 중국어 ‘하오(좋아)’, ‘화이(나쁘다)’로 맞받아치는 훈의 모습은 이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장면이다.

이 장면을 통해 감독은 소통의 핵심은 말이 아닌 마음임을. 이 영화는 보고 듣는 영화가 아닌, 느껴야 하는 영화임을 드러낸다.

현빈이라는 배우로서 주목받고 있는 영화 <만추>는 사실 탕웨이를 위한 영화이자 김태용 감독 스타일의 집약체이다. 무엇보다 탕웨이라는 배우는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느껴지는 그녀가 가진 힘은 영화 전체를 지배한다. 공허한 눈빛과 잘 읽히지 않는 표정 속에서도 미세하게 드러나는 감정의 변화는 이 영화의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의 움직임 하나조차 애나라는 인물이 온전히 투영되어 있다. 적어도 이 영화에서 탕웨이가 아닌 애나는 상상하기 조차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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