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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릉 부릉 할리데이비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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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08  18: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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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평군청 자치행정과 서대운

썬글라스에 말총머리, 둥근 헬멧에 청커버, 금색 체인달린 가죽바지에 검정 부츠, 빨간 머플러, 뒤 좌석에는 늘씬함 몸매의 긴머리 소녀, 비정의 도시를 질주하는 스피드의 마법사 할리데이비슨!

30년 전 일이다. 신혼시절 나는 처갓집 식구들 때문에 문화적 충격에 빠졌다. 우리집과 처갓집은 여러모로 많은 차이가 있었다. 우선 학력의 차이가 컸고, 빈부차이, 사고방식이 달랐다. 1921년생 동갑이었던 우리 부모님은 일제시대 보통학교( 현재 초등학교정도)를 다닌 정도이고 어머니는 그마저도 아니어서 한글만 겨우 깨우쳤다. 반면에 1929년생 장인 어른은 서울대학교 상과(서울 상대)를 졸업했고 1931년생 장모님은 청주 갑부의 딸로 태어나 청주여고와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였다. 장모님에게는 오빠 한명과 남동생 한명이 있었는데 동생은 한국외국어대학교 1회 졸업생이고 오빠는 일제시대 동경제국대학 법학부를 졸업하였다. 장모님 말에 의하면 오빠는 일본유학시절 즐겨탓던 오토바이를 한 대 가지고 돌아왔다. 그 당시 한국에는 오토바이가 아주 드물었다고 한다. 그는 틈만 나면 그 애마를 타고 청주 무심천변을 휑 한바퀴 돌곤 하였다.

「긴머리 가시내를 하나 뒤에 싯고 말이지

야마하 150

부다당 들이 밟으며 쌍,

탑동 바닷가나 한바탕 내달렸으면 싶은 거지

(중략)

다시 가시내를 싣고

새로난 해안도로쪽으로

부다당 부다다다당

내리꽂고 싶은 거지

깡소주 나팔 불 듯

총알 같은 볕을 뚫고 말이지 쌍」

김사인의 시 「8월」의 일부

장모님이 이대 재학시절이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장모님이 방학을 하여 청주 집에 돌아오자 오빠가 새로 장만한 야마하 신형 오토바이를 태워주겠다고 하였다. 그당시 좀처럼 보기 힘든 대형 오토바이였다. 페달을 밟아 시동을 걸때면 쾅쾅 폭발하는 것 같은 엔진 소리가 나고 한참 달리면 타이어에선 고무타는 냄새가 났다. 오빠는 청주시내를 벗어나 청원군 초정 약수터를 갔다 오자며 포장도 안된 신작로 길을 달렸다. 때때로 흙먼지를 일으키며 울퉁불퉁한 자갈길을 질주하는데 차체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려 엉덩이가 얼얼하였다고 한다. 혼다, 야마하, 스즈키, 가와사키 그리고 BMW 와 차퍼가 경쟁하듯 신제품을 출시 할때마다 장몬님 오빠는 한단계식 업그레이드 하여 여름 스피드를 즐겼다. 30년의 세월이 흘러 서울에 살던 장모님이 청주집에 가자 60대 후반이 된 오빠가 드디어 할리데이비슨 매니아가 되어있었다고 한다

우주인 같이 둥근 헬멋, 청카바에 금색 체인달린 가죽바지, 긴 가죽부츠, 반백의 말총머리, 빨간 머플러, 뒤 좌석에는 늘씬함 몸매의 긴머리 소녀, 스피드의 마법사 그 이름도 거룩한 할리데이비슨!

70세를 바라보던 오빠가 할리데이비슨을 구하여 젊은 여자를 태우고 청주 무심천 변에서 시승식 하던 날 사고가 발생했다. 장모님 오빠는 뒤 좌석 긴머리 동네 소녀에게 당부했다. “내 허리를 꼭 껴안아라. 아주 세게 꼭 껴안아라. 그렇지 안으면 튕겨져 나간다. 할리는 로데오 경기의 야생마야. 얼마나 거친지 몰라. 내허리를 더 꼭 껴안아, 내 등에 가슴을 더 밀착시켜”

그리고 출발 한다는 예고도 없이 갑자기 페달을 밟아 버렸다. 그것은 실수였다. 소녀는 뒤에서 확 낚아채는 느낌과 함께 몸이 풍선처럼 공중으로 붕 날아가 아스팔트위에 툭 떨어져 버렸다. 그리고 할리는 머리를 한번 높이 쳐들고 쾅쾅 굉음을 내며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오빠는 한참을 달린후 뒤에 탄 소녀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아챈후 다시 원위치로 돌아왔다. 돌아와 보니 길가던 사람들이 소녀를 부축하여 가로수 옆에 눕혀 놓았다. 그녀는 허리를 다쳐 6개월간 병원 신세를 졌야만 했다.

엄청난 마력, 초고속 스피드, 쾅쾅 굉음, 출발시 야생마와 같은 머리를 쳐드는 습관 때문에

일본의 어느 소설가는 할리데이비슨을 이렇게 예찬했다.

“배를 압박하는 강력한 엔진소리, 몸을 마구 후려갈기는 바람의 압력, 차체를 왼쪽 오른쪽 으로 내동댕이치듯이 기울여가며 커브를 도는 코너링의 쾌감, 그리고 밤의 가로등이 뒤로 날아가고 사람이나 차들은 돌진해오는 거대한 할리의 헤드라이트에 겁을 먹고 튕겨나갈 듯이 길을 열어준다”

장모님의 오빠는 가족은 돌볼 생각도 안하고 바람의 저항을 뚫고 질주하는 할리데이비슨에탐닉했다. 난 언젠가 장모님에게 오빠가 왜 그토록 모토사이클에 열광 했는지 물어본적이 있다. 장모님의 모습이 우스웠다. 두손을 내밀어 모토사이클 핸들을 감아쥐는 동작을 몇번 해보였다. 그리고 나에게 말했다. “사위는 손맛을 아나? 낚시만 손맛이 있는 게 아니라네, 모토사이클도 손맛이라는 게 있다네, 핸들을 감아쥔 손을 당기고 또 땡기면 거기서 스피드가 나온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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